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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서/시

외할머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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몸매는 깡마르고 자그마했다

약간의 매부리코

그 코끝에 눈물방울이 달리곤 했다

눈에는 이상하게 푸른빛이 감도는 

외할머니 모습이다

 

말씨는 어눌했다

돈을 셈할 줄 몰랐고

장에 가서 물건 흥정도 못했다

 

할머니와 어머니는 곧잘 다투었다

주로 어머니의 원망과 한탄이었다

대거리할 말을 찾지 못한 할머니는 입술만 떨었다

 

어마니의 원망과 한탄은 뿌리가 깊었다

혼인 때 신랑 집에서 보내온 예물을

외삼촌 장가드는 데 써 버렸다는 것에서부터

아버지가 새장가 들 때

 

갈라서는 조건으로 사 준 집을 

외삼촌 노름빚으로 날렸다는 

대강 그런 내용의 원망이었다

 

어머니가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

간병하러 왔던 외할머니는 

죽을 쑤고 빨래를 하기도 했으나

만사가 서툴고 을씨년스러웠다

어린 나는

병원의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았다

 

딸들 집을 전전하던 외할머니

말년에는 아들네 옹색한 셋방에서

진종일 긴 담뱃대만 물고 있었다

인생을 노름판에서 탕진한 아들

그 외아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

딸들 앞에서 울던 외할머니

해방 직후

그분 역시 팔십 장수 누리다가 떠났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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